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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다시 오월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1.05.04. 14:05

2021년 5월 첫 주. 암울했던 코로나19 상황도 백신접종을 시작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보이기 시작했고, 상당히 위축되었던 일상도 작년과는 다르게 생활 속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3월 2일 전면등교를 시작해, 무사히 2달을 보내고 신록의 5월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올해로 41주년을 맞이한다. 41년 전 참혹했던 광주에 울려 퍼졌던 저항과 연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승리를 갈망하는 간절함이, 다시 머나먼 동남아시아 미얀마로부터 처절하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3월 3일, '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19살 소녀 치알 신 에인절이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불복종 시위대는 평화적이었으나 민간인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은 광주 5·18 항쟁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연일 들리는 뉴스는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고문하고 학살하는 잔인하고 패배적인 소식뿐이다. 민주화를 바라는 미얀마 국민의 희망은 처참히 짓밟히고 갈수록 요원하지만,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광주가 있다.

5·18민중항쟁 41주년 행사위원회와 미얀마 광주연대는 "5월 23일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국내 거주 미얀마 시민들과 지지단체가 모두 광주에 모여 연대를 표명하는 공동행동을 한다"고 3일 밝혔다. '미얀마를 위한 오월행동'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시민대표 30여명이 초청된다. 미얀마 국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 단체들도 한자리에 모인다고 한다. '오월 어머니'들은 이들을 위해 점심으로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이 함께 나눴던 주먹밥을 준비하고, 5·18 민주광장에서는 참여한 모든 단체가 미얀마 군부 학살을 비판하고 미얀마 국민 지지를 선언한다고 한다. (경향신문 2021.05.03.)

이외에도 미얀마 사진전이 윤상원 열사 생가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미얀마 관련 평화작품이 5·18민주광장에서 전시된다고 하니,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오월 광주 정신이 다시 미얀마를 품어 안고 흐르고 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 원고를 쓰는 늦은 시간, 미얀마 반군이 쿠데타 집권 세력의 헬기 1대를 격추시켰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얀마 북부의 반군단체 카친독립군이 격전 중 정부군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한다. 미얀마 쿠데타 세력은 즉각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니, 이 소식이 팩트이고 저항의 강력한 도화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꼭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 3월 27일 민주화를 바라는 미얀마 국민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각화중과 신광중 학생회 주도로 실시한 적이 있다. 1주일간 버튼 만들기 등 다양한 홍보 활동과 물품수집을 한 후, 오월 어머니회의 도움을 받아 5·18 민주광장에서 바자회를 열어 성금을 모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보인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은 광주의 오월 정신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광주의 오월은 '더 낮고, 더 힘없고, 약한 이들의 곁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임을, 현재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고 바꿔 가는 것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41년째 맞이하는 광주의 오월이, 미얀마를 돕는 학생들의 작은 실천처럼, 신록의 나무들보다 더 선명하게, 아름답게, 뭉클하게 모두의 삶으로 스며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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