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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⑫] 광주천 독서실

입력 2021.04.29. 20:15
공업전성기에 기차가 지나다녔던 광천철교

"물길 따라 걷고 뛰며 자전거를 탄다··· 소중함이다"


오랜 만에 양동시장부터 광주천 물길을 따라 내려가 보기로 했다.

광주천변의 풍경이 바뀌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지막한 건물들이 광주천을 따라 있었었는데 고층 아파트들이 개발붐을 타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고층건물이 꼭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동주택을 짓다보면 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채광 방향 일조권확보를 위해 건축물을 배치하게 돼 건물사이로 그 너머의 경관을 볼수 없게 돼 버린다. 고층아파트에서 광주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광주천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다.

상황을 아쉬워하며 광주천을 따라 좀 더 걸어내려가다보니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광주공장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는 여성노동자 착취의 장소였고 해방 이후에도 고도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소외된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이곳은 이제 보존과 개발의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 광주의 마지막 남은 근대산업화 과정의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부동산 개발회사에 팔려 전면 재개발의 기로에 서있는 상태이다.

징검다리에서 바라본 광주천 독서실

과거의 것을 지금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가지는 곳으로 만들어 광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고해 나갈 때 광주만의 것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광주의 산업화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남 방직과 일신 방직공장은 소중한 우리 광주 근대 역사의 유산이다. 산업화 이후 도시의 팽창과 방직산업의 쇠퇴로 버려지다시피 남겨져 있던 곳이 이제 개발된다하니 관심을 가지는 우리의 무심함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광주천 하류로 발길을 돌리니 광천철교가 나온다. 교각은 오래된 듯하나 현대식의 지붕이 있고 사람들과 자전거 등이 오가는 다리다.

광주천둔치와 천변우로를 연결하는 광주천독서실

지금은 광천동에 종합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상업시설들이 즐비해 있지만 예전에는 공업단지였다. 광주천 하류여서 비교적 물이 풍부했고 광주역과도 가까워 공단이 들어서게 되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 어렴풋한 기억에 현재 기아자동차와 광천철교사이는 녹슨 철판 색깔 풍경이었다. 그 만큼 여러공장들이 많았던 곳이다. 이 공장들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기차로 운송하기 위해 광주역까지 철길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수많은 공장들이 도심외곽으로 이전해 갔다. 이제 기찻길은 걷히게 됐고 광주천을 가로지르며 기차가 오가던 다리는 광천철교라는 이름으로 남아 지금은 보행전용교가 됐다.

과거 공업 전성시대 향수를 뒤로하고 무등경기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검은색의 구조물이 보인다.

광주천 독서실이다. 4개의 다리를 가진 테이블 같이 생긴 아치형 구조물은 가나출신 영국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가 설계한 광주폴리 중 하나이다.

데이비드 아자예에게 영감을 준 광주천변의 석서정과 작가의 개념 스케치

광주폴리 계획을 의뢰받고 광주에 온 데이비드 아자예는 광주천을 지나던 중 광주공원 근처에서 광주천에 있는 전통정자 석서정을 보게 된다. 석서정은 고려 우왕 때 광주천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석축 위에 지었다가 소실되고 근래에 복원된 광주천변에 있는 사모정 형태의 정자이다. 석서정을 본 데이비드 아자예는 한국 전통정자를 재해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한 광주천독서실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기단부는 콘크리트 구조로 책을 꽂을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상부는 580개의 소나무 판재가 서로 연결돼 지붕형태를 만들고 있다.

천변우로 보행로가 끝나는 광주천 두물머리나루와 마주하는 곳에 들어선 광주천독서실은 원래 이곳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양동 복개상가 아래쪽 양유교 징검다리와 천변우로사이로 계획됐다. 하지만 이곳은 여름 장마 강우 시에 홍수위가 높은 곳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하부구조는 콘크리트로 하고 상부는 목구조로 해서 폴리가 물에 잠겨도 되도록 계획했다. 하지만 양동복개상가 주변은 강우 시 범람 우려가 있을 정도로 홍수위가 높고 물의 속도 또한 빠른 곳이다. 인공구조물이 물의 힘을 이겨낸다는건 어려운일이다. 하천관리청의 반대가 있었고 결국 홍수위가 낮은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어지게 됐다.

광천2교에서 바라본 두물머리나루

광주천독서실이 지금 위치한 곳은 두물머리나루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물이 만나는 머리부분이고 배가 드나들었던 나루인 곳이다. 두물머리, 광주천과 서방천이 만난다. 서방천은 지금은 거의 복개돼 무등경기장에서 신안교까지 정도만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수준이다. 예전에는 전남대 정문을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 아래로 흐르던 물이 서방천이었다.

과거의 강이나 천은 인간의 핏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육상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는 배를 통한 운송길을 열어줘 사람들 삶을 지탱해주는 영양분을 공급해주었고 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을 이용하게 해주었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물길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이제 광주천 지류들은 거의 모두 복개돼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광주천 독서실 기단부와 580개 목재판으로 구성된 지붕

광주천은 이제 시민들의 여가를 위해 존재한다. 물길을 따라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탄다. 광주천으로의 접근성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광주천 독서실은 광주천 둔치로의 접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앉아서 광주천을 바라보면 독서를 할 수 있으면서 도로에서 광주천 둔치로 접근할 수 있는 동선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천을 따라 걸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변화되는 지금을 보게 됐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강동영 ㈜건축사무소 라움 대표이사 건축사


강동영 건축사는

인위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시간속에서 만들어지는 건축공간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건축가이다.

전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라움을 이끌고 있다. 민간영역 보다는 주로 공공건축분야에서 건축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남대와 순천대에서 건축전공자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 건축위원회 위원, 광주건축사회 이사이기도 하다. 익금해변 주민편의시설,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방문자센터, 대황강체육공원 부대시설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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