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코로나 잡으랴, 온열 잡으랴···불볕 뛰는 119

입력 2021.07.28. 17:55
멈추지 않는 폭염···올들어 출동 건수 급증
숨 턱턱 막혀도 방역 방호복 필수 천근만근
감염인지 질환인지 고열 증세 비슷해 진땀
극도의 피로감에도 "생명 구하는 사명감"
28일 광주 북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출동 신고를 접수받고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5시. 출동 지령이 떨어지자 광주 북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약 10초만에 레벨D 방호복을 갖춰 입은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구급차에 올라탔다. 신고가 온 곳은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주택. 어머니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내용이다.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온열질환자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대원들은 구급차안에서 얼음조끼와 이온음료 등 온열질환자 소생용 장비를 챙기면서 바깥 기온을 확인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에 땀이 흐르는 35도였다.

주택가에 도착한 후 대원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후반 여성 김모씨를 발견했다. 대원들은 환자의 체온·맥박을 잰 후 구급차로 옮겼다.

신고자와 대화를 나눈 후 저혈당 쇼크가 더위와 맞물려 찾아온 사고로 판단했다. 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자 다행히 곧바로 의식을 차렸다. 출동한 이진영 소방교가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이 소방교는 "신고 당시 자세한 상황 설명 없어 온열질환과 일반 구급 상황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처치 과정에서 지병을 파악한 덕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며 "무더운 날씨 속에서 접수된 신고가 온열질환인지 코로나19 감염인지 항상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광주에서 119 구급대원들은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을 웃도는 무더위에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레벨D 방호복 필수 착용 지시까지 겹치면서 대원들의 피로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28일 광주시와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집계된 광주시내 구급차 출동 건수는 총 3만2천851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광주 북부소방의 경우 지난해 총 1만8천509건의 구급차 출동 건수가 집계됐으며, 올해 초부터 28일 현재까지는 1만1천191건이 집계돼 전년 대비 벌써 약 60%를 기록하고 있다.

북부소방 윤정근 소방장

소방청이 지정한 폭염대응기간(5월 말~9월 말) 사이 집계된 구급차 출동 건수는 벌써 지난해 건수를 넘을 기세다. 지난해 북부소방은 해당 기간 4천21건의 구급차 출동 건수를 집계한데 이어 올해는 세 달만에 구급 출동이 4천6건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가 집계한 올해 온열질환자 병원 이송 횟수 4건 중 3건도 북부소방에서 처리했다.

구급대원들은 올해 더위가 악명을 떨쳤던 지난 2018년 불볕더위보다 더욱 힘들다는 의견이다. 높은 기온에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레벨D 방호복까지 입고 출동해야 하면서다. 북부소방 박진아 소방교는 "모든 출동에 코로나19 방호가 가능한 태세로 움직여야 한다"며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만 하는 상황이 따로 마련돼있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출동에 방호복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특보가 지난 9일부터 3주 내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속출 가능성에 대비해 온열질환자를 얼음조끼와 식염수, 이온음료 등이 담긴 아이스박스도 준비했다. 그러나 온열질환증세가 코로나19 증세와 비슷해 응급처치 후 입원시킬 병원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로 떠오르고 있다.

윤정근 소방장은 "지난 토요일 출동한 발열환자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됐지만 광주에 격리할 병실이 없어 멀리 순천까지 이송했다"며 "대체로 논밭이나 건설현장 신고는 온열질환일 가능성이 높지만, 코로나19가 의심될 경우 격리병동 파악부터 병원 선정 등 다른 문제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윤 소방장은 "폭염속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출동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사회일반 주요뉴스
댓글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