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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촌 2021 리포트 ⑪] 주부로, 농부로···농촌 짊어지는 여성들 늘고 있다

입력 2021.10.27. 17:42
[농업인 절반이상 여성]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계속되자
2016년 이후 여성농민 비율 역전
삶의 질 높이고 일과 가사 양립
지자체들 다양한 지원 나섰지만
현실적 효과는 떨어져 보완 절실
장성군 황룡면 귀농 6년째인 송현숙(왼쪽) 씨는 "바쁜 농사일에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내고 무척 힘들었지만 요즘은 소득의 기쁨이 크다"고 했다. 장성군 진원면서 포도를 재배하는 김향숙 씨는 "포도 덕분에 4자녀 모두 대학 보내고 여성농업인 사회활동에 자부심도 있다"고 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전남농촌 2021 리포트 ⑪] 농업인 절반이상 여성

#사례1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 거주하는 김향숙(48)씨는 지난 2007년부터 포도와 인연을 맺어왔다. 2천200여평 규모의 농장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그는 포도 덕분에 4명의 자녀 모두 대학에 보냈고 주말마다 함께 작업을 하며 가족간의 정도 쌓았다. 그는 "농업인이지만 한 집안의 어머니고 주부다 보니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도 해야 했다"며 "아이들이 학교를 광주로 다녀 아침저녁으로 등하교를 시켰으며 아무리 바빠도 애들을 먼저 챙겼다. 포도로 아이들을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당당히 말했다. 현재 김씨는 한국여성농업인 전남연합회 회장을 맡아 전남지역 여성 농업인들의 애로사항 해결과 원활한 농촌 적응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전체 농업인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행정 등의 절차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부분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정책적으로 지원도 필요하고 농촌에서 일하는 남성들의 생각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농업인도 부인이 농업을 한다고 하면 믿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또 여성도 남편의 부재 시 하우스 조작 등 중요한 업무를 배워서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농업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사례2

전남 장성군 황룡면에 거주하는 송현숙(46)씨는 딸기 재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1천평 규모의 딸기 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10t가량의 딸기를 출하하고 있다. 광주에서 거주하던 송씨는 일하던 회사가 어려워져 일을 그만두고 시댁이 있는 장성에서 딸기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퇴직 후 2년간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어려서부터 하던 것이 농사라 농사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귀농 6년째를 맞은 그는 "처음 농사를 지을 당시에는 아이들이 어려 광주에서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며 "아이들도 챙기고 농사도 짓다 보니 힘들었다. 농사일을 하다가 애들에게 전화가 오면 바로 달려가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남편과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둘 중 한 사람이 빠지면 일이 미뤄져 나중에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돌봐야 했다. 너무 바빠 농사 교육을 받고 정보를 얻고 싶어도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래도 최근에는 군에서 운영하는 학생 등하교 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 중학교 2학년인 두 딸의 등하교 걱정에서 해방돼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행정절차가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교육에 다녀와서 수료증을 제출하면 지자체에서 일손을 지원해주기도 하더라. 예전보다 사정이 훨씬 많이 좋아졌다"고 반색했다.

◆농업인 중 절반 이상 여성

과거 농경사회에서 농촌의 주도권은 남성들이 잡아왔다. 농사일 자체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센 남성에게 의존해야만 했던 데다 여성의 경우 남성을 보조하는 이, 또는 무급가족종사자로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져 왔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따른 급격한 이촌향도 현상은 아버지와 아들 즉 남성 중심의 농업 구조에서 부부 중심의 농업형태로 변화시키는 주원인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서 여성농업인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역의 최근 5년간 여성농업인 비중을 보면 지난 2016년 52.8%를 시작으로 2017년 52.7%, 2018년 52.7%, 2019년 52.8%, 2020년 51.5% 등 과반을 차지한지 오래다.

남성농업인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지면 질수록 여성농업인의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여성 농업인들은 남성의 노동력과 기계 조작이 필요한 벼농사보다는 채소와 전작, 과수 등의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여성농업인의 영농활동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1인 가구 여성농업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이들이 남성의 노동력과 기계의 힘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17.1%) 대신 채소(44.5%)와 과수(7.5%)를 재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특작(7.2%)과 전작(6.6%), 축산(2.1%), 화훼(1.5%)가 각각이었고 2종을 겸업하는 여성 농업인도 전체의 13.6%에 달했다.

2인 가구 여성농업인은 2인 이상 가구는 2종 겸업농가(35.7%), 채소농가(21.6%), 논벼농가(21.0%) 순서로 나타났다. 이어 과수(9.5%)와 축산(5.6%)4, 특작(2.4%), 전작(2.3%), 기타(1.4%), 화훼(0.5%)순이었다.

이처럼 벼농사보다 밭작물 위주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여성 농업인들의 경우 최근 벼농사보다 밭작물 중심의 농업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점차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같은 여성농업인의 증가로 인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여성농업인이 체감하는 효과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여성농업인 중 주축 세대인 45~65세 여성농업인들의 경우 노동 투입이 가장 많은 세대로 가사와 농사일의 병행에 따른 부담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이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농번기에 가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진들은 "세대별로 여성농업인들이 담당하는 농사일의 비중이 다른 만큼 각 세대별 정책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친화형 농기계 확대산업 개선,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사업 등 수요자를 고려한 정책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촌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춤형 지원 정책 각광

여성농업인의 비중 증가와 함께 지자체들도 다양한 여성 농업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 역시 지난 4월 여성농업인 육성·지원을 위한 제 5차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농업발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여성농업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5년간 8천331억원을 들여 추진되는 이번 기본 계획을 위해 각 시군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력확보에 나선데 이어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여성농업인들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였던 '가사분담'에 대한 정책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농번기 마을공동 급식, 행복바우처 지원, 농가 도우미 등을 통해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도 함께 추진한다.

특히 가장 호응이 높은 정책인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의 경우 지원대상을 올해 20개 시군에서 2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내년에는 대상마을도 1천820곳에서 2천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성농업인 전세대에 걸쳐 큰 호응을 얻어온 행복바우처 사업의 경우 그동안 일정부분 자부담이 있었지만 내년부턴 전액 시군비로 지원하게 된다.

연간 20만원을 지원하는 행복바우처의 경우 문화활동 기회를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용가능 범위를 넓혀 사실상 유흥시설 이용을 제외한 생활용품 구매 등에도 활용이 가능한 '생계형'지원 기능도 갖추고 있어 여성농업인들의 활용범위가 넓다.

이외에도 농가도우미, 농촌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농번기 아이돌봄방 돌봄대상 확대 등 젊은 여성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맞춤형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차은령 전남도 여성농업인지원팀장은 "여성농업인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단위사업별로 만족도조사를 실시해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일·가정 양립 등을 위해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열악한 작업 환경 개선,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필요"

한여농 전남연합회 허현숙 정책부회장

관절 질병 등 잦아 건강 지원 절실

보조자 아닌 주체자 토론·교육도

"여성 농업인들은 작업환경의 열악함과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특별 건강 검진 시스템 도입이 절실합니다."

한국여성농업인 전남연합회 허현숙(59)정책부회장은 여성농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허 부회장은 "남성농업인들은 기계사용이 원활한 분야에 종사하는 일이 많지만 여성농업인은 주로 반복노동이 잦은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 관절에 부상을 입는 농업인이 많다"며 "미리 건강검진을 통해 상태를 알면 많이 힘든 상황이 오지는 않을 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체 여성농업인의 절반 가까이가 장시간 쪼그려 일하거나 허리를 굽혀서 일해야 하는 분야에 종사해 관절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몸이 불편해도 인건비와 농작물을 생각하면 제때 치료를 받거나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 열악한 농촌의 특성상 병원이라도 한 번 가기 위해서는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 부회장은 농촌현장에서 필수가 된 농기계 관련 교육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농업에서 기계장비, 스마트 기계는 필수가 됐지만 대부분의 기계는 비싸 선뜻 구매하기가 힘들다"며 "큰 비용을 들여 장비를 사더라도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관리 및 유지방법을 잘 알지 못해 고장이 쉽게 나는 데다 수리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전문교육과 주기적인 관리·점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기계 임대 사업, 농기계 수리 등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여과정의 불편함과 다양하지 못한 기계 등의 문제로 아직은 보편화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허 부회장은 농업실태조사 등을 통해 여성농업인의 62%가량이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남성 중심의 문화와 제도에 갇혀있는 농촌을 바꾸기 위해선 여성농업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스스로 여성의 권리를 찾아야 하지만 사회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며 희생을 강요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한 교육 또한 필요하고 많은 참여가 있어야 한다. 교육으로는 부모의 역할, 남편으로 역할 등에 대한 내용과 토론 등이 주를 이룰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감과 경험이 주를 이뤘던 농업현장이 여성들의 참여로 철저한 기록과 데이터를 통한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주변 환경 조성 등 어머니 마음으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더 좋은 농업이 되는 것 같다. 여성농업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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